변상환: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

Byun Sanghwan: gestures, exaltation, a short life 

25 October – 25 November 2018
SPACE SO

 

스페이스 소는 10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변상환 개인전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gestures, exaltation, a short life)>를 개최한다. 변상환 작가의 3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2015년부터 지속해온 초록 시리즈 이후의 신작인 시리즈 22점을 선보인다.

변상환 작가는 일상 속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며, 그중에서도 주변 환경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산업용품을 작품의 재료로 선택한다. 이전의 초록 조각 시리즈에서는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방수 우레탄 도료와 오아시스(oasis)라고 부르는 꽃꽂이용 플로랄폼(floral form)을 사용했다면, 이번 신작 는 녹을 방지하는 적갈색의 방청 페인트와 H빔, I빔 등 특정 모양의 형강을 사용하여 제작했다.

작가는 산업용품을 작품의 재료로 선택함으로써 눈여겨보지 않았던 페인트의 색상이나 질감 등 그 자체의 물성이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두 세 가지의 산업용품들을 함께 사용하여 이것들이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유머러스하고 역설적인 결과를 낳도록 만들어낸다. 신작 의 방청페인트와 형강을 사용한 방식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평평하게 손질한 형강의 단면에 방청페인트를 묻히고, 형강을 종이 위에 얹고 눌러 방청페인트가 찍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는 형강이 녹슬지 않도록 방청페인트를 칠하지만, 작가는 방청페인트와 형강을 물감과 판화의 원판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형강의 육중한 무게와 입체감은 도형으로 전환되고, 평면 형식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은 고된 노동에 가깝다. 형강을 찍기 위해서는 각각 20여 kg에 육박하는 형강과 모양이 잘 찍히도록 형강을 누르는 누름쇠가 필요하다. 작가는 종이에 방청페인트를 한 번 찍기 위해 도합 40kg에 다다르는 형강과 누름쇠를 들었다가 내려놓아야 한다. 1도 인쇄라고 할 수 있는 한 번의 찍기를 마치면, 작가는 0.5 ~ 1.5 cm 정도의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형강을 이동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을 100여 번 반복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조금씩 좌표를 이동하면서 겹겹이 찍어낸 방청페인트는 화면에 새로운 공간과 구조를 형성한다. 이 공간과 구조에서 느껴지는 방향성은 형강과 누름쇠를 이동시킨 작가의 육체적인 노동을 직관적으로 연상하게 만든다.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의 시 ‘성냥(le allumette)’의 구절을 인용한 전시 제목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는 이러한 작가의 육체적인 작업 과정을 나타낸다. 마찰로 불붙은 성냥이 까맣게 타 들어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처럼, 방청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도록 재빠르고 쉼없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을 통해 방청페인트의 강렬한 색조와 질감에 주목하고, 화면의 공간과 구조로부터 작가의 육체적 움직임을 읽어볼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