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터데이터매터

matterdatamatter

 

문이삭  Moon Isaac

문주혜  Moon Joo Hye

정해민  Jeong Hae Min

 

25 April 2019 – 26 May 2019
SPACE SO

 

스페이스 소의 기획전시 <매터데이터매터>는 이미지 데이터data와 물성을 갖는 실체 matter를 조우시키는 감각과 차원에 대한 관심을 나눈다. 현실과 가상의 스위치를 쉴 새 없이 켜고 끄는 오늘날, 나날이 발전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들로 가상의 경험은 점점 더 물질적이며 감각적인 차원과 강력하게 맞물리고 있다. 실제로는 없는 것에서 물성을 느끼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졌다고 느끼는 감각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강하게 발현된다. 마우스 휠을 굴리는 동작과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 간의 일체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이 동작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작가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더욱 잘 감지한다.

전시는 비물질적인 데이터를 경유하지만 디지털 디바이스로 이미지를 출력하지 않고, 회화와 조각을 통해 손에 잡힐 듯한 물성의 감각이나 활보할 수 있는 공간적 경험을 공유하는 문이삭, 문주혜, 정해민 3명의 작가로 구성된다. 3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평면과 입체의 전환, 복합적인 시점을 결합한 형태, 다층적 레이어 등의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

문이삭은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인 3ds max에서 제공하는 기본 도형, 다른 사용자들이 제작한 오픈소스 인체 데이터, 미술관과 박물관이 공유하는 인체 조각 데이터 등에서 형상을 얻는다. 작가는 한 인물을 둘러싸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잉태되는 복수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데, 이러한 관심은 위, 앞, 옆의 평면적인 이미지 데이터를 연속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입체 형상으로 조합하는 3ds max의 작동방식 및 표현과 맞물린다. 작가는 소프트웨어의 표현을 넘어 자가증식한 또는 분열된 손과 발을 가진 인체 조각을 만든다. 이는 복수 시점에 시간성을 더해 움직이는 인체의 매 순간을 중첩한 것으로,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는 인물상을 전제한다. 꺾인 면에 불규칙하게 조응하며 변화하는 표면의 질감과 색감은 아이소핑크, 네오폼, 스펀지 등으로 만든 형상에 안료를 붓고 말리며 흘러내린 과정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A’ Show Must Go On: The Original Form>은 이러한 인물들의 군상이다. 지난 개인전에서 흩어진 채로 선보였던 신체 부분부분이, 데이터 래퍼런스였던 원형 인체 조각의 동세를 따라 새로운 조합으로 등장한다. 같은 지시에 따르되 제각각 개성적으로 춤추던 제롬 벨의 퍼포머들처럼, 원형 데이터의 동세에 따라 만들어진 10 명의 인물은 반복적인 표현을 공유하면서도 고유한 포즈를 유지한다. ___ 문이삭은 국민대학교 입체미술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였다. 2017년 아카이브 봄, 2016년 공간 사일삼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TAKE ME HOME>(2019, 플랫폼엘, 서울), <폴리곤 프래쉬 OPT>(2018, 인사미술공간, 서울), <사물들: 조각적 시도>(2017, 두산갤러리, 서울)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문주혜는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게임유투버의 영상을 보다가 필살기 섬광이나 전투 시의 폭발 장면 등을 스마트폰 스크린샷으로 저장한다. FPS 게임은 가상의 공간을 누비며 뛰어다니는 듯한 일인칭 시점과 풍경의 변화로 구현되는데, 작가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 줄기들과 그 인상을 수집한다. 이는 가상의 풍경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연관된다. 스크린 세이버 이미지처럼, 보정과 편집을 거쳐 있을 법하게 연출된 풍경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가상의 위화감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런 데이터 소스들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해 두었다가, 편집해도 손상되지 않는 성격의 벡터 이미지로 만들어 일러스트레이터 상의 캔버스에 이리저리 배치해본다. 이를 실제 회화로 옮겨낸 <이미지 젠가(-한 풍경)> 연작은 인체 포즈의 반복적인 패턴을 장지에 인쇄 출력하여 화면의 뼈대를 구성하고, 후경에 배치된 가상의 풍경을 채색한 것이다. 이 풍경은 모니터 속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막과 막 사이의 순간, 또는 바탕화면 초원 이미지와 아이콘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이따금씩 점멸하는 마우스 포인터의 모습, 또는 플래시 효과들을 만끽하며 가장된 3차원을 누비는 게임 캐릭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___ 문주혜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와 서양화과 학사를 졸업하였다. 2018년 산수문화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정해민은 비어 있는 포토샵 캔버스에서 시작해, 마우스로 그린 이미지 요소들로 가득 찬 화면을 만든다. 사진에 바탕하더라도 그 위에 색을 덧입히고 형태를 찌그러트리고 늘려가며 화면 속 요소 하나 하나를 만지듯 그려낸다. 작가의 그리기 과정은 소프트웨어 상에서 이뤄지지만, 물감을 짜거나 붓과 스퀴즈를 사용한 듯한 효과를 재현한 그리기 방식 때문에 디지털 페인팅과 전통적인 회화의 경계에 놓인다. 작가는 사회적인 모순과 폭력에 개인이 노출되는 장면에 관심을 갖고, 고발하고픈 욕망과 멀리서 조망하는 신의 시점 사이의 양가적 감정을 디지털 매체에서 회화적 그리기를 수행하는 가상-회화의 이중성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렙쳐> 역시 포토샵에서 완성해 캔버스 천에 출력한 작품으로, 세로 4m에 이르는 대형 작업이다. 천장으로 치솟는 사람들의 이미지에 다가가고 멀어지는 관객의 모습은, 모니터의 작업 창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축소하며 작품 속 요소를 그려냈던 작가의 작업 과정과 겹쳐진다. 한편, 일반 캔버스 틀보다 두꺼운 틀에 짠 소품 작업도 선보인다. 캔버스에 물감이 쌓이지도 않고 종이에 안료가 흡수되는 것도 아닌 출력방식과, 출력한 캔버스 천을 그 자체로 걸거나 두꺼운 프레임으로 연출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은 비물질적인 데이터의 물화 방식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___ 정해민은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사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2018년 갤러리 175, 2017년 OCI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부평 영아티스트 선정 작가전>(2018, 부평아트센터, 인천), <접경>(2018, 예술의 전당, 의정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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