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인체측정

ByungHo Lee: Anthropometry

14 September – 10 October 2017
SPACE SO

당대의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여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로서 스페이스 소가 소개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개관전은 이병호 작가의 새로운 연작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9월 14일부터 10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병호 개인전 <인체측정 Anthropometry>은 전시제목과 동일한 연작 ‘인체측정’ 신작 10점으로 구성됩니다.

이병호는 조각의 ‘재현성’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활동 초기부터 현재까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위에서 재현의 한계를 실험해 오고 있습니다. 그를 미술계에 각인 시킨 작품은 일명 ‘숨쉬는 조각’으로 불리는 실리콘과 에어 컴프레서를 이용하여 조각에 숨/움직임을 부여한 일련의 작품들입니다. 작가가 끊임없이 천착하고 있는 물리적/외형적 혹은 정신적/내면적인 변화와 변질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실리콘 인체 조각에 시간과 공기를 이용하여 구현된 조각 앞에서 관객은 변화의 순간을 목격합니다. 이 연작들은 인간, 존재, 시간,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에 기획된 국내외 미술관들(도쿄 모리 미술관, 부산비엔날레, 소마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전시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그 동안 소개된 숨쉬는 조각이 아닌 2016년부터 실험하고 연구해 온 ‘인체조각 에서의 완성 그리고 변형, 확장’에 대한 결과물들인 ‘인체측정’ 연작 입니다. 이는 하나의 신체를 원형으로 복제된 조각들이 파편화 된 후 다시 재조합과 변형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조각적으로 ‘완성된’ 전통적인 조각의 표면과 양감을 작가는 작업의 시작 단계로 가져와 표면을 절개하고 일부를 제거하거나 조각난 파편들을 끼워 넣고 접합시켜 또 다른 인체, 조각상을 만듭니다. 이는 최초의 시점, 표면, 내부와 외부가 서로 뒤틀리고 엉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인체측정 연작은 전시 후 다시 파편이 되거나 다른 작품의 일부가 되는 방식으로 변형됩니다. 전시를 통해, 일정 기간 변형의 시간과 과정을 잠시 멈추고 ‘완성된’ 작품으로 선 보였던 작품들을 이후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 할 수 없습니다. 한 작품에 서로 다른 ‘시기/시간’의 작품들이 접합되고 시간은 잘려나가고 엉겨붙고 겹쳐집니다.  이번 전시는 그 시작이자 첫 번째 인체측정 버전 입니다. .

“몸의 재현이란 단순한 아름다움과 유사성에 관한 개념이 아니다. 몸의 재현이란 사회 체제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재생산이다. 그런데 재현하되 닮음을 비교할 수 없으며, 하나의 원형에서 파생되었지만 서로 동일하지 않는 상태의 몸으로 계속 ‘변태’한다는 건 미학적 의미를 지닌 몸의 재현이란 개념과 배치된다. 이병호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위에서 재현의 한계를 실험한다. 그는 이 경계 위에서 조각에 관한 낡지만 여전히 강력한 관습을 향해 미시적인 저항을 펼치는데, 그것은 조각이 신체를 재현한 인공적 가공물(artefact)을 넘어서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존재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이병호는 실제 신체를 원형으로 한 주물을 뜬 후 이를 다수 복제한다. 복제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을 겪는다. 가슴 일부가 절개되고 엉덩이 부분이 일부 제거된다. 이 파편들은 다른 복제물의 신체 사이로 접합되고 이식된다. 일련의 과정은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다. 미래주의 조각이 동세를 넘어 시간의 경과를 재현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와는 반대의 방식으로 시간성이 기입된다. 이병호의 조각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변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정현, 이병호 개인전 서문 <보이지 않는 것의 재현> 중 발췌

e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