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

 

배헤윰 Hejum Bä

임선이 Im Suniy

허우중 Hoh Woo Jung

홍정욱 Hong Jung-Ouk

 

2 April 2020 – 3 May 2020
SPACE SO

[1] EDGE [2]

작품을 마주하고 선 관객에게 움직임을 요청하는 작품들이 있다. 매력적인 화면의 구성과 내용을 너머 프레임 경계로, 작품의 모서리로, 작품의 지지체와 공간이 만나는 경계 쪽으로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그냥 눈을 끄는 것이 아닌 작품의 모서리와 마주하고 서 평평한 화면 위에 올려진 이미지의 선과 색들을 바라보게, 팽팽한 화면 안쪽의 공간을 상상하게 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꾸만 아슬아슬한 모서리를 대면하고 서서 이쪽과 저쪽을 넘겨 보며 평평한 화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본 전시는 배헤윰, 임선이, 허우중, 홍정욱 등 4명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마주하게 되는 독특한 선과 면 그리고 모서리들로 전시장에 ‘모’를 만든다.

직사각형 모양 전시장의 편평한 긴 벽면에 사선으로 벽이 세워졌다. 벽은 벽과 만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편평했던 공간에 요철을 만든다. 한눈에 들어오던 전시장에 벽 너머로 보이지 않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관객의 움직임을 이끈다.

전시장 중앙에 비스듬히 세워진 벽의 모퉁이에 만들어진 또 다른 모서리는 배헤윰<쌍동이 The Siamese>이다. 종이 위에 색 면들로 구성된 이미지가 나무 판넬에 붙고 그 곁으로 나란히 또 하나의 이미지가 마치 쌍둥이처럼 그려진 작품을 제목에 기대어 따라가면 동이를 단 두 개의 연이 쌍을 이루어 화면 밖으로 날아가는 듯 눈에 어른거린다. 쌍을 이룬 화면 속 이미지처럼 판넬 가장자리에는 위 아래가 잘린 모서리가 다시 쌍을 이루고 벽의 모서리와 만나 또 다른 모를 만든다.
배헤윰의 작품은 강렬하고 감각적인 색 면 회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작품은 명확히 대상을 알 수 없는 형태로 구성된 추상 이미지가 그와는 대조적으로 구체적인 상태와 상황이 연상되는 제목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둘의 연결은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이게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고 평면의 그림 속 추상적 색 면들에게 운동성을 부여한다. 그가 ‘그린다’라는 방식으로 탐구해 나가는 어떤 움직임의 형태와 색은 캔버스와 사각의 프레임을 너머 종이, 나무 합판 등의 다양한 재료와 화면의 옆면과 모서리, 액자, 벽면 등 화면 밖의 공간으로 넘나들며 본인이 탐구하고 있는 회화의 경계와 틀을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여느 전시 때와는 달리 전시장의 한쪽 끝 모서리, 천장으로 이어지는 구석, 튀어나온 모서리에 시선을 머무르게 하며 밋밋한 화이트 큐브의 공간에 ‘엣지 EDGE’를 만드는 작품은 홍정욱의 ‘입체적 페인팅’ 연작이다. 그는 회화의 지지체인 캔버스 천과 틀 그리고 화면을 구성할 점, 선, 면, 색이라는 기본적 요소들로 회화가 가지는 평면성을 유지하면서 일반적으로 회화가 가지는 혹은 회화에 대해 가지는 평면성과 정면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를 평면에 공간을 담는 환영적 화면 구성이 아닌 실제 공간에 환영을 만드는 조형적 실험으로 이어가고 있다. 캔버스의 틀을 삼각, 사각, 팔각, 원 등의 도형으로 변형시키고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팽팽하게 천을 씌우거나 혹은 걷어내 틀의 형태를 드러내는 그의 작업 방식은 마치 조소와 조각의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전시장의 모서리에 맞춰 만들어진 듯한 단색조의 <Ulterior>는 모서리에 숨겨진 무언가를 프로타주한 듯, 팽팽한 화면 안쪽에 숨겨진 형태가 화면을 밀어 올리듯 이미지를 드러낸다. 또한 작품 모서리의 형광 주황색은 맞닿은 전시장의 흰 벽과 만나 마치 작품 자체가 빛을 발하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홍정욱의 작품들이 전시장의 건축적 요소들과 어우러져 설치되어 인식하지 않던 전시장의 ‘모’들을 드러나게 했다면 허우중은 공간에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설정으로 전시장에 장소특정적 설치작품 <Façade>를 통해 ‘모’들을 만들어 놓는다. 그는 전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들 중 ‘보’를 선택했다. 건축물의 구조 때문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전시장에서는 걷어내거나 가리고 싶은 보의 거친 표면에 매끈한 면과 예민한 선들을 만들어 놓는다. 벽에 걸린 작품들에 집중하다 보면 <Façade>도 전시장의 보처럼 있지만 없는 듯, 보이지만 보지 못하고/않고 지나치게 된다.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념 그리고 이를 구분 짓는 ‘보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회화와 부조, 설치의 방식으로 대답을 이어간다. 일견 흰 바탕 위에 직선과 곡선이 부드러운 운율을 만들어내는 추상화로 보였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검은 물감 위로 얕은 요철을 만들어낸 예민한 연필 선들과 그 주변을 작지만 수없이 움직이며 채워나간 하얀 붓 자국들과 만난다. 볼 수 있지만 보지 않고 종종 눈먼자들이 되는 우리에게 흑과 백, 선과 곡선만으로 어둠 속에 묻힌 더 짙은 그림자를 화면 위로 드러내 보인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임선이의 부조 작품들은 그의 대표연작 중 하나인 <극점>시리즈의 지형도의 일부를 석고로 떠낸 <평면적 인식_바라보는 방법> 연작이다. 지형도-설치와 사진 그리고 조각(부조)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작품은 작가가 바라보고 인지하는 우리 시대의 변화와 어떤 불안한 증후들을 드러내는 새로운 이미지의 풍경이다.
해수면에서부터 정상까지의 높이로 표현되는 산은 수직적 인지의 대상이자 산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 또한 수직적이다. 그런데 작가는 자연스럽게 수직적으로 인식하는 대상에 수평적 인식의 시선을 던지고 이를 위해 산의 모든 정보를 수량화하여 표기한 지형도를 분석하고 탐색하여 드러나지 않는 작은 서사들을 읽어낸다. 수천 장의 지형도를 횡으로의 미분하여 오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지난한 과정은 남산이라는 상징적인 산을 소재로 도시의 물리적 증식과 자연의 잠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는 작가가 가진 ‘수평에의 의지’이다. 전시장의 벽에 걸린 부조 작품들은 그의 지형도-설치 또는 사진 작품처럼 아래서 위로의 수직이 아닌 정상에서 지면으로 향하는 역-수직적이면서 동시에 수평의 레이어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하늘에서 육지를 혹은 바다 위의 섬들을 내려다 보는 듯하다. 작품의 정면을 마주 보고 선 관객들은 눈으로 한 층 한층 밟고 내려왔다가 다시 한층 한층 산을 오른다. 작품 앞에서 ‘모’로 서서 산의 모서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선과 선이 만나고 면과 면이 만나 모를 만든다. 날 선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작가들의 예민한 작품들을 익숙한 정면에서 벗어나 ‘모’로 서서 살펴봐 줄 것을, 인식하지 않았던 전시장의 ‘모’들에 놓인 작품들을 꼼꼼히 놓치지 않고 찾아봐 줄 것을 관객들에게 청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적인 감상으로 기존의 정면성에 익숙해있는 시선에서는 인식하지 못 했던 다른 해석의 기회가 만들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1. 공간의 구석이나 모퉁이, 2. 선과 선의 끝이 만난 곳, 3.면과 면이 만난 부분, 4.사람이나 사물의 면면이나 측면
[2] 1. 가장자리, 모서리 2.날 3. 조금씩 살살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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