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e
2026. 8. 13 - 9. 12
조재영 Jaiyoung Cho
“나는 이제 세계의 기본 얼개를 선보이겠다.” 의기에 찬 선언을 시작으로, 뉴턴은 전 인류에게 만유인력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범우주적인 힘에 관한 이론을 펼쳐 보였다. 그로부터 반세기 후 그는 이 발견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우연히 목격한 것에서 시작되었음을 회고한다. 그는 사과 한 알을 달에 대한 일종의 도식으로 삼아 두 대상이 동일한 힘에 의해 지구에 접근하고 있으며, 나아가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획기적인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와 같이 무한한 우주를 한 손에 쥐어지는 물체로 축소하거나, 반대로 극도의 미시 입자를 건축적 공간으로 확대하여 인간 척도 내부로 끌어들이는 사고 실험 방식은 과학적인 세계를 세우는 전통적인 도구로 유구히 활용되어 왔다.
반면 방소윤과 조재영은 이 견고한 얼개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어떤 기이한 신세계를 건조하기 시작한다. 크기와 거리의 조작으로 성립된 비추상적 도식을 무너뜨리고, 이로써 발생한 혼돈 속에 자신의 몸을 던져 넣는다. 대상을 관찰하여 그 윤곽을 밝히는 대신 그 경계를 뚫고 들어가 엉키어 하나가 된다. 이 투신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거리는 소멸하고, 시야가 흐려지고, 경계가 사라지고, 문자도 붕괴한다. 여전히 유효한 것은 몸부림과 이질적인 감각뿐일 것이다. 이때 한 개인에게 주어진 몸과 몸을 둘러싼 모든 작용들의 면적은 그가 경험하는 온 우주의 크기와 동일하다. 이들은 보편을 벗어난 방식으로 다른 누구에게도 양도될 수 없는 현상학적 세계를 실현하고, 이를 독점한다.
방소윤, 조재영의 2인전 «mine»에서 전개되는 관념의 ‘광산(mine)’은 두 작가에게 서로가 서로를 맹렬히 파헤치는 사건이 벌어지는 일시적인 장으로 제시되며, 무언가 숨은 것을 드러내기 위해 부딪히고, 헤집고, 부수고, 파내는 과정의 순간에 비로소 성립한다. 두 작가는 치열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상대의 몸과 세계에 파열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의 흔적은 전시 곳곳에 남겨진다.
비전형적인 초상 이미지를 통해 실재와 가상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감각적 경험과 그 주체를 다루는 방소윤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신체의 가변성에 집중한다. ‹The Layers›(2026) 연작에서 그는 엉성하게 조직된 신체 구조 사이를 아주 느리게 유영하는 탐색의 순간을 담아낸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의 내외부가 동시에 드러나고 그 너머 뼈와 근육, 피막 또는 작은 신체 기관 등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들이 결속되지 않은 채로 부유한다. 이들은 분명히 다른 가시적 특성을 보이고 있으나 언제든 뒤섞이거나 서로에게 침투하고, 또 한순간 잘게 녹아내릴 수도 있는 긴장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한편, 조재영이 ‹Twin Garden_New Organ›(2024) 연작들로 제시하는 붉은 핏빛의 신체 기관들 또한 예측 가능한 형태를 탈주하여 존재한다. 허공에 떠 있는 두 점의 내장 기관은 내부의 알 수 없는 여러 구심점들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들끓는 듯한 형세의 껍질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재형상화는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속성을 지닌 방소윤의 작업과는 달리 그 무언가로도 맺어지지 않으려 하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줄기들 역시 일련의 흐름을 강화하는데, 길게 늘어진 매듭의 말단에서 발견되는 구와 원뿔의 형상은 각각 생성과 완전함, 그리고 파괴와 불완전함을 내재하는 원형으로 서로 대립을 이루며 공존한다. 이 두 형상은 조재영의 작업 전반에 불연속적으로 등장하며 영원히 고정되지 않는 우주적 상태를 서술한다.
텅 빈 벽면에 놓인 ‹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2026)는 한 세계의 상실을 기리는 초소형의 기념비들이다. 방소윤은 과거 ‹Polymorph› 연작에 사용된 인공 지능 프로그램의 기능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과거의 유물로 사라진 뒤, 이미 수집해두었던 이미지의 잔상들을 조형적 아카이브로 전환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 그리고 세계와 달라붙은 채로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실체를 가지는 존재가 느끼는 불안정성에서 말미암은 결과물이며, 동시에 그러한 신체의 변형이 가능케 하는 감각의 확장과 이로 인한 고통과 쾌락 모두를 압착하여 육화한 것이기도 하다. 작은 조각들의 대척점으로 눈을 돌리면 거대한 입상 네 점이 둘러서 있다. 속이 텅 비어 있고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3차원성을 이루는 조재영의 ‹Body & Bodies›(2022)는 이름 없는 임의의 몸으로 등장하여 공간과 밀착적인 상호 관계를 이룬다. 조각들이 나타내는 추상적이고 의존적인 몸은 외부 조건과의 일시적인 관계 속에서 그 존재를 유지하며 실체의 비고정성을 강조한다.
방소윤과 조재영의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신체는 막과 분절로 자리한다. 서로를 닮은 듯 보이는 몸이지만 분명히 다른 움직임들로 상대의 외피를 스쳐 지나며 흔적을 남긴다. 조재영은 맞댄 두 손을 중심으로 펼쳐진 피막과 이를 관통하는 크고 작은 체관들로 이루어진 작품 ‹Flat Body›(2026)를 두고, “불협화음의 매개면”으로서의 ‘몸-피부’에 관해 논한다. 작가는 피부를 인간의 개별성을 구분 짓는 외곽이 아닌, 서로 다른 힘과 물질들이 작용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 상정한다. 힘과 물질들의 작용이 만들어 내는 사건은 예상치 못한 충격들을 동반하며, 그 결과로 생성된 흔적들은 최초의 막 위에 새로운 층위를 형성한다. 이러한 논리는 또한 전시 «mine»에서 벌어지는 사건에도 유효한 서술로 적용될 수 있다. 두 작가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밀어내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흔을 남기게 되면, 찢어진 몸의 고통은 절대로 타인에게 공유될 수 없는, 형체와 이름이 없는 미지의 감각으로 각자의 우주에 입성한다. 이로써 방소윤은 조재영에게, 조재영은 방소윤에게 자신의 일부를 바치고 서로의 몸에, 그 세계 전체에 내려앉은 반투명한 막으로 영원히 귀속된다.
최수지(큐레이터, 스페이스 소)
Works
The Layers - Piercing #1,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1, 2026
The Layers - Piercing #2,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2, 2026
The Layers - Piercing #3,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3, 2026
The Layers - Piercing #6,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6, 2026
Flat Body, 2026
Jaiyoung ChoFlat Body, 2026
The Layers - Crossing #11, 2026
Bang SoyunThe Layers - Crossing #11, 2026
The Layers - Piercing #5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5
The Layers - Crossing #8, 2026
Bang SoyunThe Layers - Crossing #8, 2026
The Layers - Crossing #13, 2026
Bang SoyunThe Layers - Crossing #13, 2026
The Layers - Piercing #4,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4, 2026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win Garden_New Organ, 2024
Jaiyoung ChoTwin Garden_New Organ, 2024
The Layers - Crossing #12, 2026
Bang SoyunThe Layers - Crossing #12, 2026
The Layers - Piercing #7, 2026
Bang SoyunThe Layers - Piercing #7, 2026
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1, 2026
Bang Soyun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1, 2026
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8, 2026
Bang Soyun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8, 2026
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12, 2026
Bang SoyunMemorial : Geometry : Formation 1 : Anatomical Metamorphic Flow #12, 2026
Body Module, 2026
Jaiyoung ChoBody Module, 2026
Body Module, 2026
Jaiyoung ChoBody Module, 2026
Body & Bodies, 2022
Jaiyoung ChoBody & Bodies, 2022
Body Module, 2026
Jaiyoung ChoBody Module, 2026
Body & Bodies, 2022
Jaiyoung ChoBody & Bodies, 2022
Body & Bodies, 2022
Jaiyoung ChoBody & Bodies, 2022
Body & Bodies, 2022
Jaiyoung ChoBody & Bodie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