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링. 닫힌 뒤 열릴, sealing. closed to be opened,

December 18, 2025 - January 17, 2026

강선미 Kang Sun Mee  ·  김태연 Taeyoun Kim  ·  고희승 Heeseung Koh  ·  기대훈 Christo Ki

김예지 Yeji Kim  ·  김운희 Kimwoonhee  ·  김재경 Kim Jaekyoung  ·  박근호 Keun Ho Peter Park

박성숙 Sungsook Park  ·  박소연 Soyeon Park  ·  백경원 Kyungwon Baek  ·  변상환 Byun Sanghwan

소을 크래프트 so eul craft  ·  손이화 HUAXAUH  ·  스튜디오 보미제호 STUDIO BOMIJEHO  ·  심지선 JISUN SIM

엄세희 Sehee Um  ·  오리진 orijeen  ·  유주얼 Usual  ·  윤이서 Yiseo Yoon  ·  이나영 EE NA YOUNG

이선용 Seonyong Lee  ·  이윤정 Yoonjeong Lee  ·  이주현 Joohyun Lee  ·  이준아 Joona Lee  ·  이창숙 Lee chang sook 

일곱여덟 디자인 연구소 (정진성 + 전종훈) 78DESIGN LAB (JUNG JIN SUNG + JUN JONG HOON)

임형묵 Hyeongmuk Lim  ·  전장연 Jangyeun Jun  ·  정소영 Jung Soyoung  ·  조성연 Seongyeon Jo

지영지 Youngji Chi  ·  최성우 Sungwoo Choi  ·  최수앙 Xooang Choi  ·  포 studio_foh  ·  황경원 Hwang Kyungwon

다시 추운 계절이 도래했다. 


겨울의 초입에서 어느 이국의 성인(saint)을 떠올린다. 어렵지 않게 그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본다. 거대한 몸집에, 그보다 더 큼직한 겨울 외투의 두툼한 옷깃을 단추 하나 없이 허리띠로 억척스럽게 매어놓고서 머리에는 삼각 털모자를 눌러쓴 사람. 연신 찬 바람을 맞았는지 붉게 달아오른 두 뺨 아래로는 희고 구불거리는 수염이 끝을 모르도록 내려와 있고 그 사이로 입김이 희미하게 새어 나온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더운 온기가 용케 찬바람을 가르고 이마에 끼치는 듯하다. 그런데 언제인가를 떠올려보면, 왜인지 단 한 번도 그와 인사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손을 잡아 본 적이 없다. 그의 이름도, 나이도, 그가 어떤 자국의 언어로 내게 말을 걸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혼란스러움에 그 모습을 그려보았던 마음속 어떤 빈 공간을 휑 둘러보니 그는 오간 흔적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나는 오로지 마음속에서만 일어나고 실제로는 발생한 적 없는 일련의 사건과 낯선 사람을 매해 겨울 떠올린다. 이 허구의 사건은 사실 단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선물을 남기며, 종국에는 어떤 거대한, 그러니까 그의 몸집, 또는 그의 외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유구한 문화를 이뤄내기에 이르렀다.


철학자 자카우치 유타는 저서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에서 산타클로스가 행하는 선물의 특수성을 ‘순수한 증여’의 논리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행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 대한 보답이 따르기 마련이다. 적절한 보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그 책임을 가지는 당사자가 부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선물을 주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허구의 존재인 경우에는 어떨까? 선물의 출처를 알 수 없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면 우리는 이 부채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로 온 집안과 거리를 꾸미고 잠에 들었을 때, 짙은 어둠 속을 지나며 몰래 선물을 두고 떠나는 누군가를 우리가 영원히 대면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 선물이 주는 행복감이 온전히 우리 자신의 소유로 남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생겨난 이 마법은 대체로 시간이 지나고 선물의 진짜 발신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가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추운 겨울날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어떠한 대가도 없이 선물을 건네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마법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가장 혹독한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은 반복되는 생의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마침표들 중 하나를 마주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 산타클로스가 되어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 또는 사랑을 담은 선물을 건넨다. 이로써 전하는 행복이 그 어디로도 새어 나가지 않고 그 주인에게 온전히 남겨지기를, 그 다음 해를 살아갈 단단한 용기로 전환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전시 «실링. 닫힌 뒤 열릴,»은 동시대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예술적 소통의 영역을 확장하는 갤러리 ‘스페이스 소’, 그리고 손으로 만든 사물과 그 사물을 만드는 사람을 소개하는 핸드워크 기반 큐레이팅 그룹 ‘다다손손’의 공동 기획으로 개최된다. 


스페이스소와 다다손손은 그들의 시선으로 엄선한 작품들을 모아 감각적인 구성으로 전개함으로써 ‘선물’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선물의 봉인(Sealing)이 곧 개봉(Opening)을 뜻하는 것처럼, 이번 전시는 한 해를 매듭짓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가게로 자리한다. 관객은 작고 소중한 것들이 매개하는 온기 속에서, 지나온 시간 동안 받았던 것을 되돌려줄 대상, 또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위해 마음을 전할 대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최수지(큐레이터, 스페이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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