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술 The Art of Shadow Cloning
2026. 6. 18 - 7. 18
김상소 KIM SANGSO
리리리 Lili Lee
박아람 Rahm Parc
박지원 Park Jiwon
정성진 Seongjin Jeong
최건혁 CHOI GUNHYUK
분신술 The Art of Shadow Cloning
2026. 6. 18 - 7. 18
김상소 KIM SANGSO
리리리 Lili Lee
박아람 Rahm Parc
박지원 Park Jiwon
정성진 Seongjin Jeong
최건혁 CHOI GUNHYUK
사진 기술이 처음으로 도입되던 시기에 사진기를 총포와 같이 여겨 두려워한 사람들이 있었다. 일순간 격발이 명을 앗아가는 것처럼 사진기 중앙의 검은 구멍이 조준을 마치면 그 앞에 선 몸과 눈에 담겨 있던 혼이 순식간에 추출되어 얇은 포 한 장으로 전락했다. 반면에 호기심으로 기꺼이 렌즈 앞에 몸을 세워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외부에 공유하려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되기 위해 어떤 장치 앞에 서는 감각조차 과거의 유산처럼 느껴지는 시대의 인류에게 과거의 일화들이 전하는 예의 긴장감은 이제 미미하다.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자 장치와 대면하고 무형의 계약을 거치는 단계마저 지나온 우리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치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장치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이리하여 실존의 형상이 변화한다.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때로는 누구의 의도와도 무관하게 기록되는 무수한 과정에 의해서 하나의 존재에 대한 복수의 외피가 생성된다.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시점과 연결을 이루는 분신들이 출력되고, 그들은 먼 과거의 두려움이 정말로 무의미한 기우였는지 물음을 던진다.
분신은 삶의 형식도 바꾼다. 머릿속에 맴돌다 잊히는 이름 모를 선율처럼 경험과 기억으로 이어지다 점차 사라지며 그 소임을 다했을 삶은 한때 선이었지만, 데이터 기록의 도입에 따라 한없이 작게 분절될 수 있는 정보의 조각들로 그 모양을 바꾸었다. 정보는 언제든지 저장되고 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삶이 정보의 형태로 변환되면 이를 관통하던 선형의 시간이 사라져 버린다.[1] 연속성을 잃은 삶의 조각들은 다양한 형태로 호출되어 각각의 시점을 방문하거나 떠날 수 있다. 이로써 시간의 장소화가 이루어진다. 이 조각들은 언제든지 복제되고, 수정되고, 뒤엉킬 수 있으며, 심지어는 수많은 개별 트랙에 흩뿌려지면서 단일의 선두였던 삶의 첨단을 여러 갈래로 갈라 성긴 단면을 형성하기도 한다. 전시 «분신술 The Art of Shadow Cloning»은 시간의 흐름이 사라진 자리에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나'의 존재와 새로운 삶의 형식을 어떠한 방식과 태도로 받아들이고, 이 또한 자신의 세계 안으로 위치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
시간선의 인력이 희미해진 세계에서 반(反)시간성을 인지하고, 분신의 형성 또는 전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행해진다. 김상소는 ‹무중력 실험, 방사포, 마녀의 오토메일, 최신형 영사기›(2025)에서, 서로 다른 출처로부터 기원한 이미지들을 작품의 제목이 개별 단어들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횡적 구조에 헐겁게 꿰어 놓았는데, 그 주변부에는 변칙적 동세를 보여주는 제스쳐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지들은 작가가 경험한 여러 매체와 서사들에서 낚아올린 것으로, 기존의 맥락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뒤 회화의 새로운 영토 내부에서 충돌하며 비선형적 의미망을 일군다. 이들은 그가 한 인간으로서 지니는 고유한 관점에 대한 단서가 되는 한편, 회화를 매개로 연결되고자 하는 외부의 주체들에게 사유의 통로로 제시되기도 한다.
정성진은 오랜 서사와 예술적 유산들에서 탄생하여 영원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발췌해 조각에 이식한다. 그의 작업은 새로운 조각을 창조해 내는 일과 과거의 누군가를 복원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조각적 행위의 순간에 중첩될 때 온전히 성립한다. 작가는 조각이라는 형식의 견고함에 대한 통상적 믿음과 달리 조각이 “시대적 사유”에 따라 계속해서 그 외형을 바꿔 나가는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그는 이 끝없는 변형으로 세계의 부름에 응하는 과정에 조각의 영원성이 있다고 믿으며, ‹자소상›(2025) 속에서 작동하는 그의 분신을 매 순간 새롭게 복원하는 일에 헌신함으로써 그의 믿음을 현실로 이루어 낸다.
박지원은 ‹HOUSE(익명의 주소)›(2025) 연작을 위해 실재하는 장소를 회화에 인용하되, 가상의 빛과 어둠을 적용해 그 맥락과 질감을 완전히 삭제함으로써, 현실에서 유리된 듯한 건축적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작품 속 대상을 마주한 이들은 정보의 교란에 빠진 채 파편적인 정보를 해석하여 그 실체를 알아내고자 한다. 수수께끼는 예상치 못한 복수의 결말들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존재가 맥락으로부터 분리되어 그 연속성을 잃었을 때, 불완전한 정보의 조각들이 어떻게 개인의 사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재현으로 작용한다.
2
한편, 정보의 범람과 편집 속에서 외부 이미지의 개입을 제한하는 대신, 고유의 조형적 체계와 질서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조직해 나가는 데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리리리는 정보 기록 체계의 바깥에서 기억을 다루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풍화한 경험이 남긴 잔상을 좇아 가시화한다. 작가는 전통 의례 문화에서 받은 영향을 기하학적 조형 언어로 정제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가시방석 如坐針氈›(2024)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시작과 끝이 없고, 수렴과 확산의 가능성이 잠재된 형태인 원을 기본으로 하는 일련의 시각적 운율들로 화면을 구성한다. 크고 작은 원들은 동일한 성질에 따라 서로 엉기어 비정형성을 띠는 선 또는 면을 형성하고, 이것은 어떤 기억, 사건, 언어, 현상 등을 간접적으로 지시하며 과거의 시간을 소환한다.
그래픽 이미지의 형태와 운동에 대한 변주를 다루는 최건혁은 코드를 기반으로 도구를 기초하는 것에서부터 조형을 시작한다. 작업 전반에 드러나는 자기지시성은 그래픽 디자인의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재현의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그 결과로서 생성되는 이미지는 순수한 색과 형태인 동시에 또 다른 이미지 생성을 위한 규칙 또는 원리로 기능한다. 작가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Self Portrait(Glitch)›(2026)은 각 픽셀의 위치에 대한 색상을 결정하는 ‘프래그먼트 쉐이더(Fragment Shader)’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으로, 수백만 개의 픽셀이 주어진 규칙에 따라 최종 색상을 도출하면서 형상을 구현한다.
둥글게 휘어진 벽을 따라 구체들이 놓여 있다. 이 물체들은 박아람의 개인전 «짐 Gym»(2026, TINC)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시 종료 직후에 이곳으로 이동하였다. 비스듬한 타원을 윗면으로 지닌 윗면 거대한 원기둥의 ‹벽체›(2026) 주변으로 위치하며, 공간 전체를 빙 둘러 흐르는 에너지장(Field)을 이루던 구형의 ‹벽체›(2026)들은 아직 남아 있는 약간의 힘으로 구르며 새로운 공간을 추적하고 있다. 표면에 그려진 검정과 노랑의 행렬은 언제나 맞은편의 대척점을 지시한다. 이들은 모든 시선이 거둬진 전시장의 공간 또는 누군가의 마음속 시공을 비밀스럽게 구르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어떤 심상을 떠올리고 작동시키도록 요청하면서, 마침내 우리를 이미지의 포화 속 관성으로부터 구출해 “마음의 운동”으로 이끈다.
[1] 한병철, 『시간의 향기』(문학과 지성사, 2013), p.27.
최수지(큐레이터, 스페이스 소)
Works
18 Buckingham Gate, 2024
Park Jiwon18 Buckingham Gate, 2024
Tank, 2025
Park JiwonTank, 2025
하반로 490, 2026
Park Jiwon하반로 490, 2026
매개자, 2024
Seongjin Jeong매개자, 2024
자소상, 2025
Seongjin Jeong자소상, 2025
HOUSE 1(익명의 주소), 2025
Park JiwonHOUSE 1(익명의 주소), 2025
HOUSE 2(익명의 주소), 2025
Park JiwonHOUSE 2(익명의 주소), 2025
시차(視差) 실험 1, 2026
Park Jiwon시차(視差) 실험 1, 2026
반합 두상 ll, 2024
Seongjin Jeong반합 두상 ll, 2024
반합 두상 l, 2024
Seongjin Jeong반합 두상 l, 2024
미친 과학자, 섬광, 2024
KIM SANGSO미친 과학자, 섬광, 2024
카드뮴 그린과 전국광, 2022
KIM SANGSO카드뮴 그린과 전국광, 2022
모든 것을 짊어진 채 도망가는 남자, 초록색 연구, 2024
KIM SANGSO모든 것을 짊어진 채 도망가는 남자, 초록색 연구, 2024
무중력 실험, 방사포, 마녀의 오토메일, 최신형 영사기, 2025
KIM SANGSO무중력 실험, 방사포, 마녀의 오토메일, 최신형 영사기, 2025
비닐봉투가 그려진 달력, 구세주, 빅 웨이브, 2024
KIM SANGSO비닐봉투가 그려진 달력, 구세주, 빅 웨이브, 2024
검은 비닐봉투와 섬광 그리고 아이돌, 2024
KIM SANGSO검은 비닐봉투와 섬광 그리고 아이돌, 2024
수첩의 표지, 2024
KIM SANGSO수첩의 표지, 2024
Amsterdam Centraal Tile, 2025-2026
CHOI GUNHYUKAmsterdam Centraal Tile, 2025-2026
Self Portrait (Glitch), 2026
CHOI GUNHYUKSelf Portrait (Glitch), 2026
가시방석 如坐針氈, 2024
Lili Lee가시방석 如坐針氈, 2024
벽체, 2026
Rahm Parc벽체, 2026
Nem margarida nasceu, 2025
Lili LeeNem margarida nasceu, 2025
진리의 문, 2024
Seongjin Jeong진리의 문, 2024
벽체, 2026
Rahm Parc벽체, 2026
청산불로 녹수장류 ⻘⼭不⽼, 绿⽔⻓流, 2025
Lili Lee청산불로 녹수장류 ⻘⼭不⽼, 绿⽔⻓流, 2025
벽체, 2026
Rahm Parc벽체, 2026
벽체, 2026
Rahm Parc벽체, 2026